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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파격적인 제목에 이 글을 읽기 시작했다면 미안하지만 이건 책 리뷰다. 물론 이 책의 내용은 당신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줄 만하다고 자부한다. 책을 읽는 내내 저 나이에 저런 생각을 했다니, 우리나라에도 이런 사람이 있구나! 아니, 나보다 더한 `어른`이 있구나!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을 만큼 충격적인 책이었다. 내가 성과 관련된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열려있다고 자부했던 것들을 처음으로 의심하게 만들었다. 이 책이 성에 대한 나의 유별난 관심을 깊이 그리고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. 저자의 노골적이고 솔직한 표현에 당황스럽기까지 했다. 나는 완전히 편견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. 손톱 페티쉬와 야한 여자에 대해 너무나도 일관성 있는 태도로 이야기하는 통에 또 노골적인 제목을 아주 정직한 글자로 박아놓은 통에 바쁘고 지치는 통학길. 단지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집어 열심히 읽었던 나는 내가 들고 있는 이 책에 떨어지는 사람들의 시선이 눈치 보이기까지 했다. (분명 나 혼자만 느끼는 괜한 것이었겠지만.) 성에 대한 무언가를 이야기할 때만큼은 그토록 당당하고 부끄러운 줄 몰랐던 나인데 오랜만에 마광수라는 저자 때문에 극도로 소심해지는 걸 느꼈다. 알고 보니 난 그 사람에 비하면 그리 열린 것도, 그리 솔직한 것도 아니었던 거다. 나 자신한테 실망스럽기보단 `오 의왼데?` 하는 마음이 들면서 왠지 도전 의식이 불타오르기도 했다. 물론 다른 책들을 볼 때와는 다르게 저자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들기도 하고, 반박하려고 마음먹으면 왠지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여러 가지가 마구잡이로 섞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. 물론 나와 닮았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. 내가 항상 열망하던 것을 저자는 아주 오래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 사회가 더 딱딱하고 융통성 없이 몰아붙이던 그 시절부터 성에 대한 개방과 솔직함, 거기에 자신만의 특유한 페티시즘에 대해서까지 조금의 가식도 없이 이야기해 온 사람이었다. 우리나라의 성에 대한 모순적 태도와 무자비한 보수주의에 대해 저자와 생각이 같았다. 한국은 성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 좀 더 솔직해지고 좀 더 틀을 깨고 나올 필요가 있다. 무늬만 유교, 무늬만 선비. 그런 것들은 페어플레이도 아닐뿐더러 오히려 모순을 더 부각할 뿐이다. 다른 것들은 새로운 시대에 발맞추어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해 가고 있는데 글쎄, 성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조선이다. 하지만 저자처럼 결혼제도를 없앤다거나 open-relationship 같은 것들을 주장하는 것은 나에겐 그저 극으로 달리는 이야기처럼 들렸다. 사람의 본성이 한 사람만 사랑할 수 없다고 그러한 룰 깨버리고 정말 본능적으로만 행동한다면 그건 동물과 뭐가 다를까? 섹스는 그저 동물적인 행위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? 사랑 앞에 섹스가 온다는 저자의 말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뿐이란 생각이 든다. 어떤 사람에게는 같이 마신 커피 한 잔, 대화 한 마디가 사랑의 계기가 될 수 있듯이 어떤 사람에겐 한 번의 섹스가 사랑의 계기가 될 수 있을 뿐이다. 그건 그 사람이 어떤 가치관, 어떤 취향,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냐에 달린 문제이지 모두에게 섹스가 사랑 앞에 온다고 장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. 모욕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저자의 지나친 성 예찬 속에서 나는 애정결핍이나 사랑을 믿지 못하는 불쌍함을 느끼기도 했다. 저자의 깊은 내면 속, 사랑할 수 없는 100가지 이유를 모두 다 '섹스' '손톱 페티쉬'와 같은 변명들로 채워놓은 것 같았다. 물론 성적 취향은 존중해야 하고 저자의 성적 취향, 성에 대한 생각을 존중하지만 100% 성, 100% 섹스만 있는 세상은 없다. 그만큼 개방적이지 않아서, 그와 같은 생각이 아니어서 나는 소심해지고 나의 성에 대한 관심에 의문을 던지기도 했지만, 책을 읽어나가며 꼭 성에 대한 관심이 어떠한 구체적 형태로서의 성에 대한 애정, 집착과는 다른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. 나는 제2의 마광수가 될 수 없겠지만 그냥 나 자신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. 저자와 공감하며, 저자를 반박하며 바빴던 책읽기였지만 오랜만에 정말 재밌는 책을 하나 읽은 것 같은 생각에 신나고 흥분됐다. 저자와 조금 다른 생각들 속에서도 같은 곳을 향해 열망하고 소리 지르고 있는 느낌이라 자유로웠다. 다른 건 모르겠지만 60살의 나도 그만큼 솔직할 수 있길 바라게 되었다."